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카페 오스갤러리에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엄마가 추천한 곳인데, 이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카페라고 한다.


카페 주변은 정원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고 사람이 붐비지 않았다. 유명한 곳이라 평소에는 꽤나 인파가 몰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날만큼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카페 앞에는 오성제라는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었고 저수지를 바라보는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호수를 마주한 곳에 적혀진 '민달팽이에게 도달은 의미가 없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문장은 김용택 시인의 시 ‘도중’에 나오는 구절로, 삶은 특정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마치 민달팽이처럼 집이 없는 존재에게는 도달할 목적지가 없다는 뜻으로, 이는 삶의 여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문구를 보며 삶의 목적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목표를 거창하게 세운 적도 없이 오직 현실만 살아가고 있는 내가 일단은 잘 살고 있는게 맞는 걸까.


갤러리 카페답게 내부에서는 홍빛나 작가의 'WITH US, AT LAST'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차를 마시는 공간은 사방으로 창이 나 있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자리를 고를 수 있었고 덕분에 어디에 앉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5,000원이면, 갤러리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크게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카노와 생강차, 초코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엄마는 직접 만든 생강차가 맛있다고 하셨다. 나는 당 섭취를 과하게 하면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파 잘 먹지 않는데 주문한 초코케이크가 의외로 맛있어 반이나 먹었다.

갤러리 내부에는 대형 작품도 전시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홍빛나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니 작가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해 따뜻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가족, 자연, 동물 등 친근한 주제를 중심으로 달, 바다, 새, 고양이와 같은 상징을 통해 희망과 도전, 이상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엄마는 홍빛나 작가의 그림이 따뜻하고 동화적이라며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살라고 말씀하시는 엄마와 작품 세계가 잘 맞는 듯했다.


나는 여러 작품 중에서도 달항아리가 그려진 작품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달항아리를 소유하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이다. 공간 한편을 달항아리만을 위해 내어주고 이따금 생화를 꽂아두며 감상하고 싶다.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달항아리 그거 얼마 한다고 사고 싶으면 사지 그래.” 하신다. 하긴, 다이소에도 달항아리는 있다. 내 공간과 마음속에 자리할 달항아리가 꼭 비싼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




작가의 작품을 보며 작가의 일관된 세계관과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일관성을 가질까, 어떤 내면이 표현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를 나와 저수지 주변을 걸었다. 저수지 입구에는 ‘완주 K-POP 힐링성지’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BTS의 2019년 썸머 패키지 촬영지라고 한다. 호기심에 찾아보니 촬영 당시 배경이 무척 멋지게 담겨 있었다. 푸릇푸릇한 시기에 촬영지를 중심으로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쌀쌀해서 많이 걷지는 못했다. 인근 드라이브 코스도 좋아서 바이크를 타고 다시 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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