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arom
2024. 12. 7. ~ 12. 14. 기록 본문
2024. 12. 7. 토요일
언제부턴가 정치나 종교처럼 자칫 갈등으로 이어지기 쉬운 이야기는 타인과 전혀 나누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생각을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은 채 여의도로 나섰다. 가서 달리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그 거리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내 나름의 최소한의 의사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답답하고 씁쓸함이 짙게 남은 하루였다.
2024. 12. 8. 일요일
가지고 있던 스타벅스 쿠폰을 텀블러와 원두로 교환했다. 평소 스타벅스에 갈 일이 드물고 2인 쿠폰을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아 한꺼번에 모아 필요에 맞게 활용했다. 새로 구입한 텀블러는 가지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에 가볍고 손잡이까지 있어 마음에 들었다. 스타벅스 원두는 가격이 비싸 그동안 직접 구매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하게 되었다. 평소 먹던 원두와 어떻게 다른지 맛의 차이를 느껴봐야겠다.
2024. 12. 9. 월요일
퇴사하는 상사의 선물을 준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감정기복이 심하고 이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분이라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상사의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내 업무량은 상당히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한결 홀가분하다.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쌓였던 무거운 감정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해소되는 것 같았다.
2024. 12. 10. 화요일
곧 엄마의 생신이 다가온다. 평소 나에게 뭘 부탁하거나 바라신 적이 거의 없던 엄마가 웬일인지 이번에는 스마트워치를 갖고 싶다며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말씀하셨다. 부탁할 일이 있으면 늘 미안해하셨던 엄마가 이렇게 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기뻤다. 이 정도쯤이야 기꺼이 사드릴 수 있지. 주말에 뵙기로 했는데 어려움 없이 잘 사용하셨으면 좋겠다.
2024. 12. 11. 수요일
회사 업무에 치이고 있다. 내 능력을 벗어난 일들이 이어지다 보니 매번 임기응변으로 겨우 상황을 넘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나 하나쯤 도망쳐도 이 프로젝트는 누군가가 맡아 진행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그저 오늘도 무사히 넘기기를 바랄 뿐이다.
2024. 12. 12. 목요일
요 며칠 골머리 썩이던 회사 업무는 잘 털어냈다. 야근을 마친 뒤 회사에 남아 있던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회식을 했다. 그 자리에는 퇴사하는 상사도 함께했다. 피곤했지만 묘하게 후련한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알쓰에 운전도 해야하므로 음료는 콜라.
2024. 12. 13. 금요일
평일 쉬는 날, 바이크를 타고 서울을 탐방할 계획이었으나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있어 낮 시간에 온라인 회의에 참여했다. 햇볕 따뜻한 낮에 바깥을 누비지 못해 아쉬웠지만 날씨가 추워 어차피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위안 삼았다. 그래도 회의 마치고 해지기 전에 이곳저곳 들러보았다. 짧은 라이딩일지라도 그 안에서 느낀 것들을 이야기로 잘 풀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2024. 12. 14. 토요일
엄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한식 뷔페에 갔다. 음식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로컬푸드 식재료로 정갈하게 만든 요리들이라 모두가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했다. 그중에서도 버섯 강정이 특히 맛있어서 집에서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전북 삼례읍에 위치한 비비정(飛飛亭)을 찾았다. BB정이라는 이름은 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자가 강가에 위치해 있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경치를 연상케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자 앞에는 만경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을 가로지르는 열차길 위에는 더 이상 쓰지 않는 네 칸의 새마을호 열차를 개조하여 식당 겸 카페로 활용하고 있었다.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서 내년 시즌에는 꼭 바이크를 타고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주를 돌이켜보니 외부적 요인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럼에도 소소하게 좋았던 순간들이 떠올라 삶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비록 한낱 개인에 불과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내 삶을 돌보는 것이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그 기록 속에 즐거운 순간들을 더 많이 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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