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arom
마장호수 겨울 산책 본문
2024.12.8.
최고/최저 기온 4° /-4°
맑음
일을 하는 일요일, 예상보다 작업이 일찍 끝날 것 같아 잠깐 시간을 내어 마장호수를 찾았다. 오후 4시 반쯤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저물고 산세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맨살에 닿는 공기가 차가워 잠시만 걷기로 했다.
산책로에 깔린 야자매트가 꽁꽁 얼어붙어 걸음을 내딜 때마다 타닥타닥 발소리가 났다. 차가운 공기에 입까지 얼어붙어 말없이 발자국 소리만 귀에 담았다.
호숫가에 무리지어 있는 오리들. 몇 마리는 이미 이른 잠에 든 듯 보였다. 물 위에서 춥지는 않을까? 발은 시렵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 찾아보니 깃털은 기름샘에서 분비된 기름으로 코팅되어 있어 방수 기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다리의 동맥과 정맥이 가까이 배치되어 있어 ‘대류열 교환’이라는 과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뜻한 동맥혈과 차가운 정맥혈이 열을 주고받아 체온 손실을 최소화해 혈액이 과도하게 식는 것을 막아주는 구조다. 오리 녀석, 추위에 강하잖아!
마장호수의 출렁다리가 보일 즈음, 5시가 되면 출렁다리의 입장을 마감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마감시간 10분전이라 다리를 건너면 어쩔 수 없이 호수 반바퀴를 돌아야 한다는 생각에 건너는 것은 포기했다.
금세 해가 저물어 주변이 어둑어둑해졌고 공기는 한층 더 차가워졌다. 역시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은 여기서 마무리.
따끈한 국물이 떠올라 집으로 가는 길에 식당에 들렀다.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한 칼국수, 만둣국, 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사골 육수는 깊고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밀가루 면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편이라 칼국수 대신 떡만둣국을 주문했는데 아마도 칼국수가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두피는 약간 두꺼웠고 떡은 냉동 상태로 바로 끓여 부스러진 식감이 조금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맛있는 편이었다.
산책과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남은 일을 끝내고 일과를 정리했다. 시작하는 한 주는 또 바쁘겠다. 그래도 틈틈이 가볼 곳을 몇 군데 찾아두었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줄인다면 책 한권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오는 한 주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하며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잠시 멈춰 설 여유를 기억하며 한 주 잘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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