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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확장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by 한가롬 2024. 12. 1.

2024.10.27.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다녀왔다. 이곳은 2021년 7월에 개관한 경기 북부 지역 최초의 국립박물관이라고 한다. 파주는 비교적 가까워 나들이 코스를 계획할 때 종종 지도로 살펴보는 지역이지만 그동안 놓치고 있다가 이 날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경과 외관이 깔끔했다. 관람을 마친 뒤 다시 바라보니 외관이 박물관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생각했던 박물관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유물들이 칸칸이 쌓인 공간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관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에 전시 기법을 접목한 개방형 수장고였다. 보관이 주목적인 공간에 전시의 기능이 더해진 형태였다.


*수장고: 박물관의 금고와 같은 역할을 하며 복원 작업을 병행하는 공간.

 

 

리플렛이 예뻐서 챙겼다. 평소 이런 자료를 잘 모으는 편인데 이 리플렛은 언젠가 업무에 참고가 될 것 같았다.

 

 

개방형 수장고는 관람 방식도 독특했다. 소장품 검색 화면에서 고유 번호를 입력하거나 선반의 위치를 선택하면 해당 유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물을 직접 보는 대신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오히려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1층에 마련된 '열린 보존과학실'은 이 박물관의 특별함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문화재를 수집, 보관, 전시하는 과정에서 보존과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박물관이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되니 이 박물관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문화재 복원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총 15개의 수장고에 약 100만 점 이상의 소장품이 보관되어 있어 모든 것을 둘러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쓱 훑어보다가 관심있는 것 몇 가지 정도만 검색해서 찾아봤다.

 

 

이곳의 관람은 유물 자체를 보는 것보다는 공간을 탐방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관측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설계한 듯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체험 공간은 넓은 방 한가운데 커다란 스크린이 자리한 곳이었다.

 

 

스크린에는 수많은 유물의 사진이 흐르고 있었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좋아요'를 누를 수 있었다. 또한 QR 코드를 통해 선택한 유물의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었다. 나는 탈것처럼 보이는 '목우'를 골랐다.

 

 

이곳은 민속 아카이브로 사진, 영상, 음원 등의 기록을 보관하는 공간이었다.

 

 

오래된 사진들과 기증받은 비디오 자료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옛 결혼식의 복식이나 화장법이 흥미로울 것 같아 결혼식 비디오를 보았다.

 

 

자료를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쉼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런 공간이 참 좋았다.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신·구법천문도병 특별전,《장황 복원 그리고 또 다른 보존, 복제》가 열리고 있었다. 심하게 손상된 옛 천문도를 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복원된 유물과 함께, 전시 목적으로 제작된 복제품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실제 복원 작업에 참여했던 분의 인터뷰를 통해 그 지난한 과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틈틈이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관람을 즐기곤 했지만, 복원 과정을 이렇게 심도 있게 알게 된 건 처음이라 매우 뜻깊고 인상적이었다.

 

 

많은 유물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꼭두'였다. 목우라고도 불리는 나무로 만든 유물인데 앞서 QR코드를 통해 다운받기도 했지만 실제 관람 중에도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꼭두는 망자의 길동무가 되어 저승길을 안내하는 동행자라고 한다. 저 세상으로 떠나는 영혼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역할을 한다니, 나의 저승길에는 혼다 바이크를 탄 꼭두가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인상 깊은 공간이었다. 다시 보니 박물관의 외관 또한 수장고를 닮은 것 같았다. 덕분에 다음에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면 유물의 상태나 보존이라는 관점에서도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