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 (주)살림출판사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니 깊은 여운이 가슴을 짓누른다. 이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다음 책을 펼칠 수 없을 것 같아 곧바로 글을 쓴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다니지만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까.
이야기는 주인공 카야가 기억하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담고 있다. 여러 서사가 얽혀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감정은 단연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이 찌르듯 파고들어 숨이 막히고 목이 따갑게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외로움이란 단지 카야처럼 완전히 고립된 삶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 또한 꺼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내면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것을 트라우마처럼 지우려 하기보다 나를 나로서 대하고 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 보았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면서도 카야는 자연을 관찰하며 관계를 배워간다. 생태계 속 생명들의 연결을 통해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내면의 강인함과 지혜는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쉽게 답을 찾기 어려웠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도 했다.
자연을 묘사한 표현들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해서 어떤 이들에게는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잔잔한 행복과 아련함을 가슴에 담은 채 책을 덮었다. 그리고 카야가 마지막 순간을 외롭지 않게 맞이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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