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기

2025년 3월의 시작

한가롬 2025. 3. 8. 00:09

 


2025. 3. 1. 토요일

김포 평화누리길 산책을 다녀왔다. 종종 둘레길이나 트레킹 코스를 찾아 다니곤 하지만 철조망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한 건 처음이라 낯설었다. 전에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 보았던 손돌목의 유적지를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고려 고종은 몽골군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난하면서 손돌이라는 이름의 뱃사공의 배를 타게 된다. 강화도로 가는 도중 물길이 거세지자 왕은 뱃사공 손돌이 자신을 죽이려는 줄 알고 그 자리에서 손돌을 죽이라고 명한다. 손돌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왕은 들어주지 않았고 손돌은 죽기 직전 바다에 바가지를 띄우고선 바가지를 따라가면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바가지를 따라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한 왕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매 년 제사를 지어줬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때 아무리 시대가 시대라고 해도 사람을 단번에 참수해 버리는 극악무도한 왕에 대해 욕을 했다. 고려 고종시절부터 지금까지 제사를 지내온 걸 보면 손돌의 원한도 보통이 아니었겠구나 싶었다. 이런 설화에 대해 생각하며 걷는 것이 즐거웠다.

 


2025. 3. 2. 일요일

카플레이를 설치했다. 제품 설명서를 보니 바이크에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카울을 떼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결국 이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서 반나절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설치하는 동안 비까지 내려 날씨도 쌀쌀했고 결국 테스트 주행도 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2025. 3. 3. 월요일

날이 춥고 야외활동은 하기 힘들어 실내에서 놀 거리를 찾다 보니 뜬금없이 김포공항에 가게 됐다. 비행기는 양 옆으로 손끝을 들어 올린 채 팔을 쫙 펴고 있는 형상이라 매우 귀엽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던 게 언제였더라. 올해는 꼭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2025. 3. 4. 화요일

출근하는 아침, 눈이 내렸다. 요 며칠 비가 내려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이 씻겨나갔기를 기대했는데 오늘 내린 눈 때문에 또다시 염화칼슘을 뿌릴까 봐 걱정됐다. 염화칼슘이 씻겨 내려가고 나서야 진짜 바이크 시즌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다행히 눈이 얕게 내려 금세 녹아버렸다.이번 주말에는 드디어 투어를 떠날 수 있을까?

 


2025. 3. 5. 수요일

야근 일정이 아니었는데 갑작스레 결정되었다. 조금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라서 코트를 입고 갔는데 목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어 너무 추웠다. 마침 가방 안에 운동복이 있어서 그걸 둘둘 말아 목에 감고 바이크를 탔다. 왠지 감기가 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2025. 3. 6. 목요일

한 번씩 회사에 오시는 최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파스타와 리조또, 샐러드로 구성된 런치 세트를 먹었는데 오늘 먹었던 리조또는 살면서 먹어본 리조또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미식경험 적음). 밥알의 식감이 살아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살짝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혼자 반 이상을 먹었다. 다행히 선생님도 맛있게 드셔서 다음에 또 오기로 했다.

 


2025. 3. 7. 금요일

오늘 투어를 가려고 전날 밤늦게까지 준비를 마쳤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밖에 나가봤지만 바깥공기를 쐬는 순간 몸이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아, 오늘은 바이크를 타는 날이 아니구나. 결국 투어를 포기하고 쉬기로 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는 아쉬워 바이크에 장착할 것들을 손보며 스크린을 떼고 이런저런 작업을 했다. 그런데 그 여파 때문인지 저녁 무렵에는 컨디션이 더 떨어져서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얌전히 쉬었어야 했는데 괜히 무리했던 걸까. 오늘 못 갔지만 내일은 가려고 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그냥 쉬는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