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조각 (4)
Hangarom

2024.12.8.최고/최저 기온 4° /-4° 맑음 일을 하는 일요일, 예상보다 작업이 일찍 끝날 것 같아 잠깐 시간을 내어 마장호수를 찾았다. 오후 4시 반쯤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저물고 산세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맨살에 닿는 공기가 차가워 잠시만 걷기로 했다. 산책로에 깔린 야자매트가 꽁꽁 얼어붙어 걸음을 내딜 때마다 타닥타닥 발소리가 났다. 차가운 공기에 입까지 얼어붙어 말없이 발자국 소리만 귀에 담았다. 호숫가에 무리지어 있는 오리들. 몇 마리는 이미 이른 잠에 든 듯 보였다. 물 위에서 춥지는 않을까? 발은 시렵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 찾아보니 깃털은 기름샘에서 분비된 기름으로 코팅되어 있어 방수 기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다리의 동맥과 정맥이 가까이 배치되어 있어 ‘대류열..

2024.10.27.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다녀왔다. 이곳은 2021년 7월에 개관한 경기 북부 지역 최초의 국립박물관이라고 한다. 파주는 비교적 가까워 나들이 코스를 계획할 때 종종 지도로 살펴보는 지역이지만 그동안 놓치고 있다가 이 날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경과 외관이 깔끔했다. 관람을 마친 뒤 다시 바라보니 외관이 박물관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생각했던 박물관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유물들이 칸칸이 쌓인 공간에 보관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관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에 전시 기법을 접목한 개방형 수장고였다. 보관이 주목적인 공간에 전시의 기능이 더해진 형태였다.*수장고: 박물관의..

2024.11.24.최고/최저 기온 2° /13° 맑음 가을이 얼마남지 않았다. 가로수는 여전히 노랗고 빨갛지만 며칠 눈돌리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바이크를 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체력도 정신력도 지쳐있어 활동할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스치듯 가버릴 가을을 만끽해야 하므로 이번 주 주말에도 산책정도나 가볍게 했다. 지도의 서쪽을 훑어보곤 푸른 면적이 넓어 보여 눈에 띄었던 인천대공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초입에 식당가가 몰려있어 인파가 붐볐지만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졌다. 부지가 워낙 넓어서 무작정 걷다 보면 되돌아가기 힘들어질 것 같아 대략 구역을 정해 걸었다. 크게 나 있는 길은 사람들이 많아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호수 주변의 작은 산책길은 한적하고 고요해..

2024.10.13. 하늘공원에 올랐다. 언젠가 보았던 가을의 하늘공원이 떠오르기도 했고 가벼운 주말 산책으로 좋을 것 같아 오랜만에 찾아갔다. 고즈넉한 가을 산책을 기대했지만 너른 억새만큼이나 공원은 인산인해로 빼곡 들어차 있었다. 초입부터 털렸지만 공원내로 들어서자 키보다 큰 억새에 가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뭇잎 사이에서 숨어노는 참새들마냥 억새 사이로 와글와글 사람소리가 들려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고즈넉히 느껴졌다. 예전에는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었다. 카메라를 들어올려야 겨우 키 큰 억새 너머를 볼 수 있었다. 곳곳에 있는 전망대는 한강을 향해 있다.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이곳에서 슈퍼문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집 근처에서도 볼..